우리는 격동의 20세기를 마무리하며 새로운 21세기를 준비하는 역사적 순간에 서 있습니다.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변화의 소용돌이는 우리를 중대한 전환점으로 이끌어내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 세계는 바야흐로 새로운 질서를 형성해 가고 있습니다. 정치적으로는 미국의 단일지도 체제가 이루어져 전 세계가 미국의 영향력 아래 놓여져 있으며, 경제적으로는 미국-일본 그리고 EU등으로 지도력이 분할되어 새로운 구도가 형성되었습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를 이끌어 왔던 다자간 협상체제가 차츰 퇴색하면서 EU통합, 북미자유무역협정 등 인접국가 또는 지역끼리의 경제통합이 이루어져 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법률적 의미의 국가 개념이 퇴색되어 가면서 정보를 바탕으로 국가간·기업간·개인간 각자의 이익에 따른 경제활동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따라서 각국들은 자국의 이익을 위한 이합집산이 두드러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흐름은 기존질서에 대한 변화로써 한 마디로 경제활동의 세계화라 할 수 있겠습니다. 따라서 각국의 시장도 국내외의 구분이 없어지고 있으며 국내산업에 대한 보호나 국내시장의 보호도 기대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바야흐로 무한 경쟁의 시대가 도래한 것입니다. 국가와 정부, 기업과 근로자, 그리고 가계 등 모든 경제주체들은 각자의 경쟁력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목표아래 세계를 생대로 매진해야 할 것입니다.
한편 우리나라는 IMF체제를 통하여 국가경제가 사실은 대외적 여건과 긴밀한 관계에 놓여 있음을 새삼 실감하였습니다. 그리고 IMF관리의 시련을 극복한 다해도 우리는 우리 앞에 놓여진 WTO체제나 Green Round, Blue Round 등의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또한 OECD에 가입함으로써 선진국들과 동등한 국제무역규범을 준수해야 함은 물론이며 세계경제에 대한 책임도 져야할 것입니다.
현재 WTO는 21세기의 세계무역질서를 구축하기 위한 국제규범으로서 New Round 개시에 대한 논의가 진행중입니다. 흔히 밀레니엄 라운드라고 하는 엄청난 변화가 우리 앞에 닥쳐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시장접근만이 아닌 무역에 영향을 미치는 각종의 국내외 제도 및 관행 그리고 무역패턴과 각국의 산업구조에 까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입니다. 이와 같이 급속히 변화하는 통상문제로 인해 2000년대에는 세계무역질서가 크게 변화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우리가 이러한 변화에 능동적이고 효율적으로 대처하지 않는다면 지구촌 경제에서 낙오될 수밖에 없음을 인지하고 우리의 모든 역량을 결집시켜 세계경제전쟁에서 생존하기 위하여 뜻을 같이하는 무역관계 학자, 무역실무 전문가, 국제통상법 관계자 및 무역관련 행정전문가들이 모여 본 한국관세학회를 설립하였습니다.
관세는 조세의 한 형태로서 국가나 도시의 영역을 넘는 대외무역을 전제로 하여 부과되어 왔습니다. 1948년 정부가 수립된 그 다음해인 1949년에 관세법을 제정하여 우리나라의 무역을 관리해 오던 중 1970년대에는 관세행정의 전담기구로 관세청을 설치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관세는 수입물품에 대한 관세 및 내국세의 부과 징수 및 수출입물품에 대한 효율적 통관관리,밀수 및 부정 수출입방지라는 전통적 기능이외에도 대외거래질서를 확립하고 대외무역법과 외국환관련법규와의 종합적 문제 해결 및 소비자를 위한 원산지표시 등의 문제와 지적재산권의 보호에 이르기까지 실로 광범위한 경제행위와 관련되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뒤늦은 감은 있으나 더 이상 관세와 관련한 문제를 도외시하고는 국가경제 특히 대외무역을 우리가 의도하는 소망스런 방향으로 이끌어 갈 수 없으리라는 역사적 소명아래 한국관세학회를 설립하기에 이른 것입니다. 이 기회에 본 학회에는 무역 및 조세(관세)관련학자, 행정전문가, 법제도관련학자, 관세사 등의 참여가 바람직하다고 생각됩니다. 아무쪼록 많이 참여하셔서 국제무역과 관세와 관련한 연구와 그 결과를 발표하는 토론의 장이 되길 바라며 또한 본 학회에 대한 건설적 비판과 의견을 개진해 주시기 바랍니다.